저희 부부는 처음 만난 지 3개월 정도 후에 결혼을 했습니다. 서로 첫 만남에 호감을 많이 느꼈고, 집안 간에도 갈등 없이 물 흐르듯 그렇게 서로를 배우자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첫 아이도 금방 생겼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둘째까지 낳아 사랑스러운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습니다.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되었다지만 저희는 서로를 너무 잘 몰랐습니다. 달콤한 신혼생활도 잠시, 육아로 바로 이어진 저희 부부의 결혼생활은 서로를 향한 기대감과 실망의 무한반복이었습니다. 한 3년 정도 기간 동안 자주는 아니었지만 한 번 싸우면 꽤나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다툼과 냉전을 반복하면서 싸움에 지친 저희 부부가 선택한 것은 서로를 원망하는 속마음을 감추고 내심 아닌 척하며 살아가는 방식이었습니다. 남편도 평화주의자이고 저도 사랑과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사는 성향이라 어느 순간부터인가 무언의 선을 긋는 방식으로 서로를 대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 마음을 진실되게 표현할 줄은 당연히 몰랐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몰라서 적당히 입을 닫고 적당히 눈을 감으며 그렇게 산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큰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게 되면서 저도 직장으로 복직했고, 저희는 꽤나 행복한 부부처럼 보이는 생활을 잘 해나갔습니다. 그런데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병행해나가는 일들이 차차 저에게 너무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남편도 가정적인 사람이라 집에 일찍 들어오긴 했지만, 아내와 아이들과 한 공간 안에서 별개의 생활을 하며 한걸음 물러나 있는 듯한 공허하고 외로운 느낌을 가졌지 싶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 사이는 오래된 과거에 묻혀 빛 바랜 사진처럼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직장생활에서 언니들과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습니다. 제가 주도해서 모임에서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만들면서 칭찬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척하며 지내던 결혼생활 9년 차에 제 몸이 자꾸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속으로 꾹꾹 눌러 담고 아닌 척 했던 마음이 자기를 좀 들여다보라고 몸에게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조금만 피곤해도 몸에서 열이 나고 계속 해서 지치고 우울하고 입맛도 없어 음식도 많이 먹지 못해 살이 계속 빠졌습니다.
그때 마침 저에게 상담을 권해주신 시누이 덕분에 저희는 각자 개인 상담을 한 후 부부 상담까지 하며 관계를 정말 많이 회복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제 몸도 말끔하게 나았습니다. 가정일 분담과 육아 등 이제는 서로 말하지 않고 눈빛만 봐도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함께 하며 일이 척척 진행되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가정의 평화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편안해진 시기에 손윗동서인 형님부부께서 ME에 꼭 한 번 가보라고 권하셨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남편하고 가봐야지 하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평소에 표현을 잘 안 하시던 아주버님께서 형님 입에 맛난 음식을 쏙 넣어주시는 것을 보며 저는 속으로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세상에! 그 때 나도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고, ME에 대한 신뢰가 더욱 깊어졌습니다.
ME 첫 날 저녁, 우리 부부는 이미 상담을 통해 해결한 부분들이 많아서 뭘 더 이야기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낯설고 또 너무 조용한 공간에 단 둘만 있게 되니 요즘 남편과 꽤나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왠일인지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남편한테 무슨 이야기를 건네야 할 지 모르겠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 침묵의 시간은 무언가 흐릿한 잿빛과 같은 색처럼 저에게 몽롱한 기분을 안겨주었습니다. 우리가 과연 이 곳에 왜 왔을까?
하지만 그런 흐릿함을 뒤로, ME 여정을 하나씩 체험할수록 침묵 속에 잠시 얼어있던 저희 부부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녹아내렸습니다. 봄 햇살에 눈이 녹아내리듯 그 느낌은 따뜻하고 포근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 내 옆에 있는 줄로만 알았던 남편의 존재를 두 손을 맞잡고 가슴으로 깨닫게 되었을 때, 그 뭉클함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 순간은 저만이 간직할 '고유 느낌'으로 제 심장에 박혔습니다.
한 번 열리기가 어려울 뿐, 그 한 번의 길이 열리고 나니 그 다음은 훨씬 수월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처음이 있으며 처음부터 잘하게 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저희 부부는 하나씩 하나씩 대화를 하면서 서툴지만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었습니다.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울여주는 관심과 배려가 서로를 더욱 깊게 이해하는 마음과 눈을 열어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족이라 함께 산다고 해서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부부가 좋은 사이인 척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싸우지 않는다고 해서 사이 좋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머리 속은 마치 징이 울리는 것처럼 계속해서 진한 여운이 남아 울리고, 가슴 속에서는 뜨거운 뭉클함이 올라와 온 몸 구석구석 퍼져나가는 느낌으로 휘몰아치듯 2박 3일을 보냈고, 이제 저희 부부는 그 여정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마침과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합니다. 집안일이나 육아가 잘 돌아가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저희 안에 안착했습니다. 이것은 우리 부부를 끈끈하게 연결해주고 서로에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도록 매력적으로 만들어주고 어떤 대화도 믿고 나눌 수 있게 해주는 친밀함도 만들어 줍니다. 마법과도 같은 이 ME 씨앗 하나가 저희 밭에 심겨진 것입니다. 이것을 앞으로 잘 가꾸고 정성들여 키워서 저희 부부의 꽃을 한 번 피워보겠습니다.
모든 일들이 내 의지와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가지고 찬찬히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곤 합니다. 저희 부부에게 일어난 이 기적의 순간, 지금 이 순간이 이 모든 것을 결심하고 나서기에 가장 좋은 때라고 ME의 여정에 오를 수 있게 도와주시고 끌어주신 모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있으면서도 느끼는 공허하고 외로운 느낌이 주말 중에 해답을 찾지 못해 잿빛같은 몽롱함으로 바뀌어 가고 이제는 내편인 남편의 눈을보고 손을 잡은 '뭉클함'이 살아가는 여정에 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찬란한 부부님의 꽃을 응원합니다
진심으로 전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이미 두 분에게선 아름다운 부부 향기
가 느껴지네요^^♡
ME부부되심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두분께는소중한 두분만의 정원이 만들어진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두분의 꽃을 멋지게 피워나가실수 있도록 마음으로 함께하겠습니다.
소중하고 특별한 은총을 잘 간직하며 서로 사랑하며 지금처럼 행복하시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
화려한 결혼식! 그러나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겁 없이 뛰어들었던 우리들이었지요. 속은 곪아 터져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애써 감추었고, 그럴싸하게 포장하면 할 수록 내면은 더 깊은 외로움과 공허함에 빠져들었지요.
아오스딩, 세실리아 부부님! ME부부 되심을 진심으로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세실리아님의 글에서 저의 옛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찡했습니다. ME주말의 씨앗으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는 열망과 결심에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매순간 사랑을 결심하며 하느님의 계획하심에 감사하는 행복한 나날 되십시오. 사랑합니다. 벨다
눈길을 바라보았을때의
그 느낌은 주말을체험한지 십년이 다되어가는
지금도 생생히 제심장에
인호처럼 찍혀있어요.
"고유의 느낌"이란 표현이 넘 가슴에 와닿아요♡
"이것은 우리 부부를
끈끈하게 연결해주고
서로에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도록
매력적으로 만들어주고
어떤 대화도 믿고 나눌 수 있게 해주는 친밀함도 만들어 줍니다."
ME의 마법을 너무 잘 표현하신 것 같아요.
특히 이부분 "어떤 대화도 믿고 나눌 수 있게 해주는 친밀함도 만들어 줍니다."
저는 평소 결혼을 해야할지 혼자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후배나 제자들에게
"당연히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을 해야지. 결혼을 잘 하면 평생 좋은 친구 하나를 얻는 건데 그 기회를 놓치는 건 너무 아깝지 않냐.
같이 여행다니고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 힘들때 위로가 되고, 세상에서 완전한 내편이 생기는 거다"
라고 조언해 주는데
ME주말이 부부를 그런 관계로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두 분 평생 좋은 친구로, 서로에게 완전한 내편으로 행복하게 잘 살아가시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