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 누군가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면 누가 제일 힘이 들까?
제가 경험해 본 걸로 결론을 낸다면 아내 일 것이다.
시간을 되돌려 보면 팔에 링거 서너 개 꽂아 두고 4년이라는 긴 시간을 병마와 싸웠습니다.
싸웠다는 표현 보다는 그냥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아주 편하게 매 끼니 마다 턱 앞에 까지 배달해 주는 식사까지 입맛이 없다며 걷어차며 아주 황제처럼 지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다른 세상 갈려고 하는 못난 신랑 잡아 옆에 두고 어리광 부리며 살려고 지극 정성으로 저를 보살피고, 저를 보면서 찡그린 얼굴 한번 없이 항상 웃는 얼굴로 저를 간호 했지만 뒤돌아서서 얼마나 많은 눈물과 육체적 고통이 있었는지 퇴원 후 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항상 저는 데레사를 소개할 때 항상 잘 웃는 우리 데레사 라고 소개합니다.
유구무언 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며 정말로 내가 아내에게 큰 죄를 지었구나 하는 마음에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도 못 할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나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 했으면 온 정성을 다해 사랑 웃음으로 나를 지극 정성으로 간호 했을지 퇴원 후 몇 달이 지난 후 알았습니다.
이웃 분들을 만나면 우리 신랑 위해 기도 해 달라고 부탁 드리고, 헌혈증 구하러 다니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는 것도 모르고 못난 신랑은 누워 잠만 자고 투정 만 부리면 호사라는 호사는 다 누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젊은 시절 나 하나 믿고 불같은 시어머니에 시누, 시동생, 신혼도 없이 10여 년을 한 집에 살면서 싫은 내색 없이 살아 왔습니다. 아니 싫은 내색을 해도 나 자신이 무감각 해서 모르고 살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환자 생활을 5년을 하면서도 몸과 마음은 아내를 위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이 오로지 나 만을 위해 이기적인 생활을 했습니다. 속이 다 썩어 들어갈 정도로 외로웠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 아내를 생각하니 무어라 형용할 단어를 찾지 못하겠네요..
그리고 최근에야 몸이 조금 나아지면서 주변 분들을 만나니 아내의 지난 5년 간 병든 신랑을 걱정하며 살려야겠다는 열정 하나로 얼마나 많은 노력과 눈물을 흘렸는지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 일들이 조금씩 주변 분들을 통해서 내 귀에 들릴 때마다 나 스스로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많은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며 원망 했습니다. 하느님 고통을 주시려 거든 저 혼자에게만 주시지 왜 죄 없는 데레사에게 이런 고통을 주십니까. 원망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위안을 받은 곳이 있다면 결혼 후 가장 잘한 일로 뽑은 것이 ME에 참여 한 것이었고 그것을 계기로 변해야겠다고 느꼈고 또 조금은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표현을 전혀 못하는 무 뚝뚝 한 경상도 남자인 나 스스로가 ME 모임 할 때와, 매일 하지는 못하지만 가끔의 10/10을 하면서 조금씩 데레사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표시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고마움과 사랑의 표현이 없었다면 데레사도 힘이 들었을 것이고 나 스스로도 죄책감에 쌓여 데레사의 얼굴을 보며 말도 못했을 것 입니다. 고마움과 사랑한다는 표현을 조금씩 하면서 지난 5년 간의 수많은 고통 속에서 내 옆을 지키면서 힘든 생활을 한 데레사의 눈을 그나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 주말 팀에 합류하여 오랜 공백을 깨고 발표를 하였고 그 감동과 은총은 다른 분들이 받는 것 보다 몇 곱절 되었다고 봅니다. 그냥 우리의 삶을 써 놓은 것을 읽은 것 뿐인데 부부님들이 눈물을 흘리며 아내에게 큰 절하며 손잡고 눈물 흘리는 것을 볼 때 지난 몇 년의 고통의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는 그런 느낌이었고 치유란 것을 경험했습니다.아직 육체적으로 힘든 2박 3일 일정이었지만 이런 힘든(?)일은 열 번이고 백번이고 해도 피곤하지 않을 것 같은 감동의 연속 이었습니다. 혼자 사무실에 않아 지난 몇 일 간의 일을 생각하니 눈가가 촉촉 해 지네요.
앞으로 남은 브릿지 과정에도 이런 은총이 있기를 바라며 기나긴 공백에도 저를 내치지 않으신 신부님, 대표님, 대구 ME 팀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건강하게 사랑 하며 살겠습니다.
기나긴 기다림과 기쁨, 희망, 감사 그 모두가 축복입니다. 함께여서 행복했고 감사했습니다. 이제는 더욱 건강해져서 첫 발표 때 입은 양복을 입을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