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사랑하는 배우자를 위해 변할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본 데레사의 모습은 가냘프고 여리게 생긴 다른 여자아이들과는 달리 무척 당차고 자신감 넘쳐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순간 제 마음은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고 그렇게 첫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데레사와 혼인 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자 목표였던 저의 간절함과 끈기를 지켜보신 주님께서는 그렇게 저희 둘을 짝으로 맺어 주셨습니다.
혼인 후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곁에 있는 데레사를 보고 있으면 이 세상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행복했습니다. 저를 위해 맛난 음식을 차리는 것은 물론이고 저와 무엇이든 함께 하는 데레사와의 혼인 생활은 마치 구름 위를 걷고 있는 것같이 황홀한 나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저희부부의 모습을 보며 보기 좋다 칭찬해 주실 때는 어깨가 으쓱해지며 더 잘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제 뜻대로 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가부장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란 저는 남편은 집안의 가장이고 아내는 남편의 뜻을 잘 따르고 보필해주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부부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동갑내기 친구였던 저희는 연애시절에도 사소한 말다툼을 하기는 했지만 그때는 데레사를 놓칠 것만 같아 금 새 사과부터하고 ‘혼인하면 좀 달라지겠지.’라는 기대를 하면서 그냥 넘어가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혼인 후에는 별일 아닌 일에 다툼이라도 생기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갑자기 화를 내서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거나, 남편인 내 말이 맞다하며 아집을 부려 데레사와 아이에게 살얼음판을 걷는 듯 불안감을 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모든 것이 데레사 탓인 것만 같았고 왠지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못하는 저희부부의 모습이 가슴에 돌을 얹어 놓은 듯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왜 이렇게 말이 안통하지?, 데레사는 왜 저렇게 밖에 못하지?’ 생각하며 나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혼인 10년차쯤 주위 분들의 초대로 엠이주말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2박3일 주말동안 데레사와 대화하며 저희부부가 왜 그렇게 생각이 다른 게 많았었는지 답을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건 제가 데레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제가 바라는 대로 데레사가 해 주었으면 하는 저의 이기적인 생각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그런 일방적인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도 맞이할 수 있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그간 데레사에게 상처를 준적도 많았지만 저는 데레사를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랑했기 때문에 저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려고 무척이나 노력했습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을 가장 소중하게 대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점차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주말 중에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을 아직도 가슴속에 새기고 삽니다. 이 세상에서 바뀌지 않는 것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지나간 역사’이고, 하나는 ‘남’이라는 것입니다. 배우자를 변하게 하고 싶다면 내가 먼저 변해야하고 내가 변하면 배우자가 달리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 때 비로소 부부간의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