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주말을 다녀오기 전, 우리 부부는 해변에 쌓은 모래성처럼 파도에 금새 떠내려 갈만큼 보잘 것 없는 집을 지어놓고 겉으로 좋은 부부인 것처럼, 행복한 부부인 것처럼 살아왔습니다. 대화와 이해 없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부부라는 이름으로 형식적인 삶을 살다 보니 무인도에 내팽겨쳐 있는 듯 결혼생활이 외롭고 쓸쓸하기만 했습니다. 그런 저희 모습으로 인해 부모님께 걱정도 많이 끼쳤고, 무엇보다 가까이에서 우리 부부를 바라보는 아이들이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M.E. 주말 동안 우리 부부는 깊은 대화를 하며 지금껏 닫혀 있었던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열 수 있었습니다. 혼인성사 때의 약속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 부부를 보시며 하느님께서 가슴 아프셨을 꺼라는 생각이 들어 지난 날이 참으로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불편했던 우리 부부사이는 마치 고해성사를 본 것처럼 편안해졌습니다.
주말 이후, 나와 다른 배우자를 인정하고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나니 갓 입학한 초등학생처럼 모든 것들이 새롭게 보이고 신혼으로 돌아간 듯 설레었습니다. 배우자가 내 곁에 있는 그 자체가 ‘든든함’이고 ‘행복’이며, ‘행복’이라는 것이 늘 가까이에 있었다는 걸 결혼 10여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M.E. 주말이라는 2박3일의 여행에 남편과 함께 다녀올 수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삐죽삐죽한 바위가 오랜 시간을 거쳐 둥근 자갈돌이 되는 것처럼 앞으로 우리 부부의 사랑도 대화와 이해로써 다듬어 나가려 합니다.
“사랑하는 것은 결심이다!!”라는 말을 가슴에 되새기며...
힘든 상황이 닥치더라도 결심하고 또 결심하여, ‘돼지 삼형제’에서 첫째가 지은 지푸라기집이 아니라 튼튼한 벽돌집과 같이 견고한 부부사랑을 이루어 가기 위해, 오늘도 우리 부부는 마주앉아 서로의 눈을 바라봅니다.........